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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없으면?

기사승인 22-01-2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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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별일이 다 많다. 즉, 운이 좋을 경우는 순풍에 돛단 듯이 일이 잘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운이 나쁠 경우는 역풍으로 어렵게 목표물에 도착하니 벼락이 쳐서 목표물을 파괴시킨 경우도 발생한다. 

최근의 일로서 국내 굴지의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광주광역시에서 2건의 커다란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함으로써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을 두둔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이 없는 경우로 간주될 수도 있어 콘크리트 재료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는데, 본 고는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을 고찰해 봄으로써 비슷한 사고의 재발 방지에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사진=광주소방본부
 
 
먼저, 지난해 6월 9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서 학동4구역 재개발을 위해 철거하던 학산빌딩이 전도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사망 9명, 부상자 8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있었다. 언론에 따르면 원인으로는 재 하도급에 리베이트 문제, 건설 기간 단축을 위해 계획서를 무시한 철거, 감리자 및 감독자 부재 등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그런 부분도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콘크리트 재료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전도붕괴를 일으킨 학산빌딩의 품질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필자에게는 아무런 정보가 없어 추측일 뿐이다.

아마도 재개발을 하는 건물이라면 대략 40~50년은 경과 한 건물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건물을 건설할 당시의 상황은 어떠하였을까? 필자의 기억으로는 1970년대 레미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손 비빔 혹은 믹서 비빔으로 하여 시공도 엉망이고, 철근과 시멘트는 설계 수량에 반만 넣어도 집이 지어진다는 말을 할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었다. 따라서 50년 이상 경과된 건축물의 안전진단 결과를 보면 재료 분리가 심하게 발생하고, 잘 비벼지지 않아 생 모래가 보이기도 하며, 강도는 21 MPa 전후의 설계일 텐데도 10 MPa도 안되는 품질 결함 사례가 많다. 

따라서 학산빌딩의 전도붕괴 사고는 뒤쪽에서 흙을 쌓아 중장비를 올려 해체하려고 할 때 쌓아주는 흙이며 장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므로 전도붕괴 된 것으로, 해체 대상 건축물의 강도가 그렇게 작을지는 아마도 생각지도 못하였을 텐데, 결국 앞세대에서 만든 부실을 후세대가 덤터기 쓰는 사고라고 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지난 1월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39층 옥상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은 다음 얼마 후 23~38층 슬래브가 연쇄 붕괴를 일으키면서 외벽까지 밀려 떨어지는 엄청난 사고가 있었다. 사고의 원인은 공식적으로 아직 발표된 바가 없기 때문에 언론사마다, 인터뷰하는 사람마다 이런, 저런 원인 들을 추측성으로 보도하고 있다. 물론 필자 역시도 현장을 직접 보거나 진단에 참여한 것이 아니므로 틀릴 수도 있지만, 현장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추측해 본다. 

지난 1월 13일 저녁 뉴스를 보면 옥상층에 타설된 콘크리트가 중앙이 쳐지고 “뚝”하는 항복 음이 들리는 붕괴의 전조증상을 보인 다음, 잠시 후 타설층이 붕괴되면서 여러 층의 슬래브가 연속 붕괴되고, 아울러 외벽도 붕괴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는 일차적으로 거푸집 시스템의 문제인데, 그중에서도 데크플레이트를 이용한 무 지주 공법이라면 데크플레이트 지지와 관련된 문제이거나, 혹은 일반 공법이라면 거푸집을 수직으로 받쳐주는 동바리(Support)의 문제일 수 있다. 

이는 거푸집을 설치하는 기능공의 실수, 데크플레이트 혹은 동바리 재료의 결함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도 있지만, 동일 작업을 반복해온 것을 고려하면 기능공의 실수 혹은 재료 결함보다는 또 다른 외부요인이 아닐까 싶다. 즉 39층을 타설하는 1월 11일은 여타의 날보다 특히 바람이 세게 불었다. 구미에서는 조립된 아파트 1층 부분 거푸집이 사진 1과 같이 바람에 날려 넘어진 것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추측하건대, 39층 콘크리트 타설 전 대기 중 강풍의 상승기류로 거푸집이 들썩들썩할 수도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데크플레이트의 위치 불안정 혹은 바닥에 고정된 동바리가 뽑혀 위치가 이동되는 등 불안정한 상태로 되어 이런 것들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원인을 제거하려면 콘크리트 타설 전, 특히 바람이 심하게 불때에는 작업 중지 혹은 콘크리트 거푸집의 안전성을 분명히 확인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며, 타설 중에도 거푸집의 변이 등 안전성을 확인하는 기능공의 장인정신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결국, 상기와 같은 상황은 문제가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에 그것도 수개월 내에 겹쳐서 발생한 상황인데, 우리나라 어느 건설사라고 하여도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운이라고 하여 이 문제를 신앙으로 노력한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사소한 문제가 큰 사고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것은 확률의 문제일진대 결국 100 % 무사고는 불가능하겠지만, 가능한 확률을 낮추기 위하여는 규정을 지켜가며 매사를 꼼꼼히 챙기는 것이 필수 요소이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는 더 많은 인력, 돈 및 시간과 안전에 기본이 되는 품질관리며 안전한 구조 시스템의 설계 등 무수히 많은 사항의 고려가 필요하게 되는데, 결국은 이제까지 해오던 능률 위주의 무리한 시공보다는 엉킨 실타래를 푼다는 생각으로 원칙에 입각한 선진화된 건설업의 재정립만이 재해를 예방하고 대형사고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싶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저작권자 경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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