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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 ‘군비 경쟁 도미노’, 일본의 핵무기 공론화와 안보정책 전환이 주는 함의

기사승인 26-07-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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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 억지력’ 강화…러시아 맞대응+중국 ‘군사굴기’+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국제사회, 전략무기 확보 및 ‘재군비 경쟁’→일, 핵무기 공론화·안보정책 강화

한, 안보정세 통관(洞觀)→정밀한 고민·출구전략+선제 대응역량 결집 필요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속화 하고, 러-우·이란 전쟁은 초기 예측과 다르게 소모전으로 전환되면서 ‘무기 재고·생산 속도’가 ‘실질적인 전쟁 억지력’이 됐다. 여기에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하 트럼프)의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한 ‘핵실험 재개’, 사우디와의 핵협정 체결 등 ‘모호한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국제사회의 ‘군비 경쟁 도미노’는 확산 일로에 있다. 

최근 일본은 사토 에이사쿠 총리(이하 사토, 1967)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겠다”는 ‘비핵 3원칙’을 선언한 이래 60년간 금기시되던 핵무기 반입 논제(agenda)의 공론화, 방위력 강화·국가안보정책을 전환하면서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첫째, ‘비핵 3원칙의 공론화’다. 일본은 ‘비핵 3원칙’을 국시(國是)로 삼아 핵확산금지조약(NPT, 1976)을 비준하며,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1982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는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원자력협정’을 개정할 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고속 증식로, 우라늄농축시설 마련에 집중했다. 1988년 발효 땐 미국의 ‘포괄적 사전동의’까지 받아낸 상태였다. 이때부터 비(非) 핵보유국 중 유일하게 독자적인 농축·재처리가 가능해졌다.

일본이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하는 속내엔 △중국이 2030년까지 핵탄두 약 1000기를 보유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정예·고도화되고 있기에 미국의 핵우산에만 안주(安住)하긴 어렵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핵무기를 탑재하는 미군 함정·잠수함이 일본 내에 기항(寄港)할 수 있도록 ‘핵무기 반입 금지’와, 핵잠수함을 자체 건조할 수 있게끔 ‘핵무기 제조 금지’ 원칙은 수정돼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 4월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5%가 ‘비핵 3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의미심장하다. 그러함에도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피해에 따른 반핵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공론화’를 띄우고 있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이하 다카이치)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비핵 3원칙’을 유지하며, 미국의 핵우산으로 억지력을 확보한다는 건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유신회(여당)는 ‘정책 제언’에서 “‘비핵 3원칙’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외교·안보 싱크탱크(국가기본문제연구소)는 “미국이 2032년까지 개발하는 ‘핵무장 해상발사 순항미사일(SLCM-N, 최대 사거리 2500km 추정, 10~15개 핵탄두 탑재)’을 탑재하는 핵잠수함 배치에 대비해서라도 ‘반입 금지’ 원칙은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아베 총리는 ‘안보법제’를 도입해 ‘평화헌법’이 금지하던 ‘집단 자위권 확보 정책’을, 기시다 총리는 ‘전수방위→능동 억제=반격 능력 보유’를 기정사실로 했다.

다카이치는 지정학적 위기, 급변하는 안보환경을 명분으로 미국의 동맹전략·중국의 ‘군사 굴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방산 수출 규정은 완화했고,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운용지침’은 개정해 살상 무기의 수출을 허용했다. △헌법상 자위대 명기(明記)는 내년 봄까지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지휘 통제체계엔 인공지능(이하 AI)·드론 방어 개념을, △방위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목표연도를 올해 연말까지로 앞당기겠다고 한다. 지난달엔 △사거리가 수백~1000km에 달하는 반격·장거리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고, △주일미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운용하는 ‘타이폰’을 미·일 연합훈련에 투입하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오키나와) 운용을 확대하는 등 미·일 연합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주일미군(통합군사령부)의 규모도 215명을 추가로 늘려 24시간 대응체제 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일본은 평화헌법에서 규정하던 ‘평화주의+전수방위’ 국가에서 ‘보통·정상국가’로 탈바꿈됐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트럼프가 ‘핵실험 재개’를 지시했고, 핵탄두를 탑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하 ICBM, 미니트맨3)을 시험 발사한 다음 곧바로 사거리 9600km가 넘는 차세대 ICBM(LGM-35A Sentinel, 마하 23 이상)의 개발 현장과 지하 발사시설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유일한 ‘핵 군축 협정(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이 종료된 석 달 만에 사거리 35000km가 넘는 ‘ICBM RS-28(샤르마트=사탄 2, 마하 20 이상)’을 시험 발사했다.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은 ‘2010년 미·러가 핵 군비 경쟁을 관리하고자 실전에 배치하는 핵탄두 수량을 1550개 이하, ICBM 등의 운반수단은 700기 이하로 제한하는 조약’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행 중단 선언+1년 연장’ 제안을 미국이 중국 등을 포함한 다자간 조약으로 역제안하면서 결국, 지난 2월 5일부로 종료됐다.

유럽 국가들은 ‘핵무기 보유(반입) 불가’ 입장을 바꾸고 있다. 영국은 핵잠수함과 신형 핵탄두 등으로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국방투자계획’을 추진하고, 프랑스는 유럽 지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확대하고자 한다. 핀란드 의회는 ‘영토 내 핵무기 보유 금지 법안’ 해제를 의결했고, 발트해 연안의 리투아니아는 ‘헌법 제137조(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영토 내 외국 군사기지를 둘 수 없다)’의 폐기를 서두르고 있다.

둘째, ‘3대 안보문서의 조기 개정’과 ‘방위산업 육성·무기 수출 확대’다. 방어 개념엔 AI·드론 등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6일 다카이치는 국회 참의원(상원) 결산위원회에서 ‘3대 안보문서’ 개정을 비롯해 “(핵 반입을 포함한) 모든 과제를 확실하게 논의의 장(場)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3대 안보문서’는 ‘국가안전보장전략(NSS)·국가방위전략(NDS)·방위력 정비계획(DBP)’을 뜻하며, 국가 안보정책(전략)의 최상위 지침이다. ‘안보 위협 인식 및 대응, 자위대의 역할·작전 개념·전력 운용의 방향성, 무기 도입·예산 집행·전력 증강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문서’로 이해하면 좋을 듯싶다. 

문제는 ‘3대 안보문서’ 개정이 재래식 전력의 증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급변하는 안보정세에 대응하려면, 재래식 군사력에 더해 회색지대(Gray Zone)·사이버 공격, 우주 영역 및 경쟁, 경제안보의 강압적 요구 등을 상시 위협으로 보고, 실질·복합적인 대비 능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새롭게 전쟁하는 방법+전쟁 지속능력 확보’를 위해 ‘구조적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방위예산’은 예산 규모 확대에 그치지 않고, 전장(battle-field) 지속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탄약 비축량 증대·장비 수명 관리 대책 △방위산업 생산-라인 강화 △안정적인 보급망 구축 등에 집중투자하고자 한다. ‘방위산업’은 △공급망 강화 △제조공정의 효율화 △사이버 보안·핵심기술 보호 △정부가 제조시설을 인수 및 민간 위탁 운영 등을 통해 안정적인 생산 기반의 구축 △살상 무기 수출·연구개발 투자 확대 △민군 겸용(spin-up) 기술 활성화로 방위산업의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보통국가’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셋째, ‘국가 차원의 정보역량 강화’다. 일본은 내각정보조사실, 공안조사청, 경찰청, 방위성 정보본부 등 각자의 출처에서 수집한 정보를 종합해 분석 및 판단하는 체계다. 그러나 정보 공유(협업)가 어렵고, 기능 분산으로 종합·분석-판단·결심-전략 수립에 한계가 존재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일본 국회는 ‘국가정보회의(의장: 총리)’를 신설했고, ‘내각정보조사실’은 ‘국가정보국(CIA와 유사)’으로 격상시켰다. ‘핵 위협 대응·확장억제 정책’은 상대국 의도·핵전력 운용 동향 등을 얼마나 신속·정확하게 분석하는지에 따라 대응 수준이 결정되지만, ‘정보체계의 개편’은 군사전략과 깊이 연계돼 있다. 

‘국가정보국’은 임시로 내각정보조사실 구성원인 700여 명의 전문가(working-group)로 기밀정보를 취합-분석-관리하는 역할로 확대하고, 추가 충원을 통해선 중국의 첨단기술 확보·공작 활동, 북핵·미사일 위협, 러시아의 복합적 사이버 공격·정보전 확대, 경제안보·전략기술 대응 및 보호, 허위정보·인지전(Cognitive Warfare) 대응까지 망라하게 된다. 

트럼프는 이란전쟁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동아시아의 군사자원을 일방적으로 전환해 안보 공백을 야기(惹起)했고, 참전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러-우·이란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증대하자 동북아의 세력 균형과 중·북·러의 안보 위협, 대만 해협의 긴장 고조에 대비하고자 방위태세를 전환했고, △트럼프의 안보 분담·방위비 증액 압박 등의 동맹 관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능동적인 방법·수단을 채택했다. △방위력(군사력)을 증강해 동북아 질서를 주도(재편)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결국, ‘정치·외교적 수용 가능성’↔‘전략적 이익(국익) 극대화’ 사이 어디쯤인가에서 조절되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우리는 꾸준하게 중국엔 ‘북한 비핵화+남북관계 개선에 건설적 역할’을 주문하고, 미국엔 ‘동맹 결속·강화’ 등을 외치면서도 정작 그들의 정치·외교·군사적 변화(흐름)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책(제도 및 구조)을 개선(발전) 시키기보다 대중(大衆)에 익숙하고, 크게 시비 걸리지 않을 안보 의제를 개괄적(槪括的) 방식으로 접근한다. 대표적으로 ‘북한 비핵화’,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통합·합동성’, ‘드론 전사’, 정치적 용어가 돼버린 ‘예의 주시’의 반복 등을 들 수 있다. 국가 존립과 국익을 추구하려면, 관련 정세(흐름)를 근(近) 실시간대로 통관(洞觀)해야 한다. 새로운 현안에 대한 정밀한 고민·출구전략,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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