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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려는 이유이다. 쿠팡이 공식적으로 그 이유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업공개(IPO)신청서의 내용들을 분석해 보면 추론이 가능해진다.
추론이 가능한 사실로는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쿠팡 이사회 의장의 보수”, “차등의결권” 등을 들 수 있다. 즉, 쿠팡이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점과 비상장사 CEO로서 받은 보수를 상장 후에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 차등의결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경영권 유지가 어렵다는 점 등이 쿠팡을 한국거래소가 아닌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게 된 이유인 것이다.
자금조달과 관련해 쿠팡은 초기에 우리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손정의 회장의 결단으로 소프트뱅크가 총 30억달러(3조3000억원)를 투자해 현재까지 적자기업임에도 쿠팡은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올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굳이 뉴욕거래소에 상장하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의거 대기업이 금융회사인 벤처캐피탈을 소유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쿠팡 같은 벤처기업이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더욱이 소프트뱅크가 37%의 지분을 소유한 쿠팡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할 국내 기업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쿠팡의 한국거래소 상장은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시작함과 동시에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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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CEO인 김범석 의장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뉴욕거래소 상장은 불가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김 의장의 쿠팡 지분은 5% 미만으로 추정된다. 쿠팡의 5%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주주명단에 김 의장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김 의장에게 차등의결권이 부여되지 않는 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욕거래소에 상장하면 김 의장은 29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이 부여되는 클래스B 보통주식을 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의 1%만 소유해도 김 의장의 의도대로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확고한 위치를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것만이 김 의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또한 기업공개신청서에 따르면 지난해 김 의장의 보수는 연봉 88만6000여달러(약 9억8000만원)와 주식 형태 상여금 등을 포함해 총 1434만1229달러(약 1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이사들의 명단이 공개되고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한도를 승인받아야 하는 한국에서 상장하는 경우 지난해와 같은 보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쿠팡의 미국 상장은 이미 기정화된 사실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미 초연결사회로 진입한 현시점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수의 신생 유니콘 기업의 탄생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쿠팡이 가는 길을 그대로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서 투자의 자유와 경영권을 보장하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정부와 국회의 대오각성이 정말로 필요한 때이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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