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중대재해처벌법, "법령 취지에 맞도록 제정해야"

기사승인 21-04-09 23:21

공유
default_news_ad1

꼬리자르기식 하수인 처벌과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가진 권한 만큼 안전에 책임


 
최명기 공학박사
 
지난 1월 26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적용될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이 한창 진행 중에 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깜깜 무소식이다.
 
이와 관련, 일부 협회나 단체, 학회, 공공기관, 대기업, 법무법인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TF를 구성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긴급 분석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선제적 대응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묘안은 없는 상황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대하여 아직까지도 거친 불만을 토로하면서 각계의 입장을 강력하게 고수하고 있다.
 
노동단체들에서는 시행령을 통해 법 취지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과정에서 시행령을 통해 법 취지가 무너지는 것을 겪었기에 이번에 제정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제발 법 제정 취지에 맞도록 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총 등 7개의 경제단체들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입법안을 제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사회적 합의 없이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제정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과 경제활동 위축이 우려되어 경영상의 애로가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중대재해처리법이 시행되게 된다면 경제활동을 어느 정도 위축될 것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내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업종별로 분석해 보면 건설업은 여전히 산업재해 사망자 수 1위 업종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 재해율이나 사망 만인률은 고용노동부나 국토교통부 등 관련 정부 부처의 강력한 재해감소 정책에도 불구하고 감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역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재해가 발생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경영의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사실 권한이 있는 사람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건설공사에 대한 설계와 엔지니어링 분야를 살펴보면 부족한 설계비용으로 인해 부실설계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는 실정이다. 계획이나 설계에 참여하는 건설기술인의 경우에는 저임금과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공사 현장의 건설사업관리를 책임지는 건설사업관리기술인(감리)의 경우에도 대다수가 저임금이나 계약직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다, 언제 재택근무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류작업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고 강화된 부실벌점으로 인해 처벌을 받게 되면 재취업이 어려운 실정에 놓여지게 된다.
 
건설업체의 경우에도 정규직 보다는 계약직 비율이 더 많으며, 특히 안전의 핵심인재인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 또한 극소수 회사를 제외하고는 평균적으로 30%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지금까지는 박봉의 월급쟁이들인 안전관리자와 관리감독자들이 일차적 처벌의 대상이 되어 왔다.
 
사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는 음지에서 일하고 있는 건설기술인과 기능인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건설기술인과 기능인들은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그들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선을 다해왔다.
 
자금까지는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힘없는 안전관리자나 월급쟁이 현장소장 등이 책임지는 꼬리자르기식 하수인 처벌과 솜방망이 처벌 등이 이뤄졌다. 이러한 처벌과 관행 등으로 말미암아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들은 안전에 대하여 사실 무관심할 수 밖에는 없는 경영구조가 만들어졌다.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조치를 위해 회사의 안전경영 시스템과 구조를 바꿀 수 있고, 인력투입과 예산에 대한 권한이 있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사망사고가 나더라도 처벌과는 언제나 거리가 멀었다. 어떤 사망사고가 나더라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권한만큼 책임지고 수습하고 처벌받고 예방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힘없고 백 없는 건설기술인들과 기능인들이 처벌을 받았지만, 정작 공기단축을 결정하고 사고원인을 제공한 이들은 책임지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확보의 방법으로서 지금까지 소홀했던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법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가진 권한 만큼 안전사고에 대하여 책임지도록 하는 법이다. 이로 인해 근로자와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와 안전관리 체계 미비로 인한 중대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실 새로운 요구는 아니다. 경제발전 수준에 걸맞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기존의 제도와 법으로는 사망자 수를 더 이상 줄일 수 없었기에 불가피하지만 이러한 고차원의 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인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살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본래의 목적에서 후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최명기 객원기자·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건설)

<저작권자 경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중대재해처벌법  

 

default_news_ad3
default_setImage2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그래픽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